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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고등학교 학운위원을 마치면서

2년 전, 아들을 고등학교에 보내면서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 인생에 있어 중요한 학창시절을 보내는 학교를 위해 내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있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10년 가까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서도 담임 선생님과 전화 한 통화 한 적이 없을 정도로 무심한 것이 자식에게나 학교에 죄스런 느낌도 들었다. 마침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되는 시기이기도 하여 아들의 마지막 고교시절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되겠다 생각되어 학운위원에 출마하기로 결심하였다. 학운위에서 활동하는 일은 아들과 아들의 학우들과 이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도 되고 이 기회에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나 자신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생각이 되었다.
학운위원 선거는 예상보다 치열하였다. 600 여 학부모가 참석한 강당에서 선거유세를 갖고 투표를 통해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으로 당선이 되었다. 선거과정은 내게 위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하였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모든 학부모님들의 마음이다. 내 아이를 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부모님들의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아이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 모두가 즐겁고 보람찬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학교의 건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학운위원의 소중한 직책을 맡게 되었다.
내게 학운위원회에서의 첫 만남은 기대와 의욕의 설레임도 있었지만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끼리 분명한 생각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도 있었다. 학부모 위원과 교사위원 사이에서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인해 의견 대립이 나타날 때에는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운위원장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였다. 위원들이 지니고 있는 의견을 최대한 발표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문제의 초점을 놓치지 않고 중재와 화합을 모색하는 예지를 통해 학운위원장님은 탁월한 진행을 유도하였다. 발언자의 의견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논의를 발전시키기도 하고 중요한 논의는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미쳐 논의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위원들의 의견을 재차 확인하여 종결 선언을 하였다. 회의가 끝나면 창밖에는 어둠이 밀려와 있었다. 회의가 끝나면 식사자리에 가서 아무런 부담없이 교육에 대한 그 밖의 이야기를 나누며 교사 학부모 지역위원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의 시간은 내게 참 고맙기도 하고 학교와 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의 한 가지를 집고 넘어가고 싶다. 한 학부모 위원의 학교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다. 아이들의 급식을 위해 교복과 앨범과 교육환경을 위해 몸소 발로 뛰면서 활동한 오미원 위원의 노력이 그것이다. 다혈질이면서도 실천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여성 학부모님이셨는데 자신의 일(직업)로 바쁜 가운데서도 매주 시간을 내서 학교에 와 급식 봉사를 하며 참 많은 일을 스스로 도맡아 하였다. 학부모회 구성을 위해서도 힘을 쏟았고 아이들의 행사 곁에는 도우미로 참여하였다. 그것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었겠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그 크기에 맞는 아픔을 갖게 마련이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저런 아픔도 짊어지는 어머니가 바로 중앙고의 어머니이고 한국의 어머니다는 뜨거운 자부심을 그 분을 통해서 느낄 수도 있었다.
또 한 가지 보람은 지역의 시민교육단체에서 활동한 일이다. 학운위원으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나에게 우리 강북지역에 있는 “교육을 생각하는 시민모임”에서의 활동은 내가 학운위원으로 활동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지역의 학부모와 교사들이 함께 매월 한 차례 작은 교회의 공부방에서 모여 학교예산, 교복, 앨범, 급식 등 교육과 관련된 정보들을 얻고 이를 다른 학운위원들과 교육정보를 교환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목요일! 매월 네 번 째 주 목요일 오후 4시 30분. 이 날은 설레임을 안고 계동 골목길을 따라 학교로 가는 날이다. 나는 잠시 담임선생님을 만나 고마운 인사를 드리고 회의실로 들어간다. 회의실에서는 교사 대표로 참석하신 선생님들과 학교 교육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참석하신 지역위원들, 그리고 내 아이와 학부모님들의 사랑을 대신 안고 더 나은 교육이 이루지도록 해야겠다는 소망을 안고 있는 학부모위원들과 만나 마치 꿈꾸던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설레임과 보람을 체험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다시 한 번 최환영 학운위원장님과 모든 학운위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